충신이 살아서 충신동인가? 요즘도 충신이라는 단어를 쓰나? 동네 한 켠을 가로지르는 율곡로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초가을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깃발을 쫓아 성벽길을 올라간다. 말레이시아 화교라면서, 7일간 서울 관광한다면서, BTS를 좋아한다면서, 연인 한 쌍이 손가락 하트를 그려 보인다.
그들 속을 헤집고 출사객들이 내리막 잰 발걸음을 옮긴다. 쉴 틈 없이 카메라를 움직인다. 찍고 찍고 또 찍고. 서로 찍은 걸 보여주며 감탄하고, 칭찬하고, 부러워하고.
매일매일 누군가가 충신동을 찾아와서 충신동을 찍고 간다. 자기만의 충신동을 찍고 간다. 얼마나 많이 찍혔을까? 더 찍을 뭔가가 남아있을까? 그게 어디 있을까? 내가 뭘 찍으면 나만의 충신동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