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사업으로 새 단장이 될 만큼 오래된 동네, 충신동
문화·예술·역사
이호성
충신동
2023-10-18
도시재생사업으로 새 단장이 될 만큼 오래된 동네, 충신동.
언덕과 좁은 골목, 낡은 집이 그곳의 흔한 모습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호기심을 가지고 촬영에 나선다. 하지만 충신동의 좁은 골목을 넘나들며 그것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삶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신성함이었다.
볕이 잘 드는 옥상에 놓여 있는 초록의 화초, 햇볕을 향해 널려있는 빨래, 살짝 열어놓은 문틈 사이로 들리는 음악소리와 리드미컬한 재봉틀소리, 터무니를 따라 굽어 올라가는 달팽이모양의 도로, 얽히고 설킨 전선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까지.
그곳을 밝히는 건 낡은 둥지와 고된 일상속에서 하루하루 감내하며 살아내는 삶에 대한 의지, 기대, 강인함이라는 것을 느낀 나는 조금 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충신동의 언덕길을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