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자 물빛 어둠이 거리와 집들로 내려온다
문화·예술·역사
고영창
충신동
2023-10-18
해지자 물빛 어둠이 거리와 집들로 내려온다.
낮은 창문들은 전깃불을 머금기 시작했고, 골목길에 세워둔 자전거는 어디론가 떠날 채비이다.
어느 집에서 내보낸 물줄기는 벌써 꿈틀꿈틀 땅 위를 기어가고 있다.
불 켜진 이층집 계단 옆에 정갈하게 놓인 신발 한 쌍도 곧 집을 나와 공중을 사뿐사뿐 걸을 것이다.
길모퉁이에서 온몸을 다해 어둠을 껴안고 선 보안등
그 언저리가 하염없이 빛나는 건 희망 때문이겠지.
누추하고 어두울수록 빛나는 너 충신동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