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큐레이션]종로에서 부엌 엿보기
일상
이연우
명륜동,누하동
2023-07-28
조선시대 궁궐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왕실 부엌,
창덕궁 대조전의 수라간.
경복궁 수라간(소주방)은 1915년 일제가
여러 전각과 함께 헐려 없앴다.
창덕궁 수라간은 1917년 대조전과 희정당이 화재로 전소된 뒤
일제가 근대 서양식을 가미해 새로 지었다.
미닫이 유리창과 위쪽 환기구의 튀어나온 창살은
환기시킬 때 유리창 없이 철망으로만 막아야 했기에
방범창처럼 쇠창살을 댔다.
순종황제의 취향에 따라 1920년대에도 여러 차례 개조해서 겉모습은 목조이나 벽,
바닥은 콘크리트로 기둥과 개수대에는 타일을 사용했다.
숯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일제 오븐과 연통 달린 화덕이 있다.

서촌 누하동에 있는 청전 이상범 가옥의 부엌은
도시 한옥에서 드물게 부엌에 찬마루를 갖고 있다.
부엌 앞에는 장독대가 있어 조리하는 사람의 행동 반경이 나름 편리함을 추구했다.

명륜동 장면 가옥의 부엌은
전통 한옥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1930년대 주택개량 운동과 신주거 문화운동의 영향이 드러나 있고, 오늘까지 아무런 변형도 없이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근대 주거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가치가 있다. 부통령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인이자 외교관, 교육자, 종교인으로 많은 손님을 치러 낸 부엌은 야무지게 품격이 있다.

의,식,주
왕부터 서민까지 사람은 모두 끼니를 먹고
그 끼니를 준비하는 주방 부엌은
식재료를 보관하는 광부터 장독대까지 살림살이 공간의 총 집합체이다.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제철음식과 전통장, 명절음식, 손님상, 가정식은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되고 때로는 외교가 되고 각 개인에게는 소울푸드가 생산되는 곳이다.

궁궐의 수라간부터 1990년대 아파트의 주방,
부엌 엿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