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큐레이션] 각자刻字 물길따라
문화·예술·역사
이미숙
부암동,청운동
2023-07-27
물길이 흐르는 북악산 자락과 인왕산 자락은 경치와 경관이 좋아 예부터 내로라하는 권문세가나 사대부, 혹은 시은(市隱 - 도시은둔자)들의 거처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문인들의 시서화가 이루어지고 때론 장동팔경의 주제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바뀌고 각자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나 여전히 자연의 깊은 호흡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별 뜻 없이 거닐던 산책 길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누군가의 귀동냥으로 알게 되는데 잠깐의 여가로 누려볼 만해서 그 길을 안내하고자 한다.

* 각자(刻字) : 돌이나 나무 등에 새긴 글
* 동천(洞天) : 산과 내로 둘러쌓인 경치 좋은 곳.

1) 백세청풍(百世淸風) : 청운동 57-5
김상용(청음 김상헌의 형) 집터에서 인왕산 쪽으로 약 20여 미터 오르면 있다. 주자<朱子> 의 글씨로 영원토록 변치않는 선비의 절개를 뜻한다. 중국의 백이 숙제에서 비롯되었다.
2) 백운동천(白雲洞天) : 청운동 6-9
김가진 집터. 조선시대 도성 안 오대 경승지의 하나로 '백운동'을 감싸고 흘러 내려오는 청계천 상류. 백운동은 흰 구름이 떠있는 계곡이란 뜻으로, 동은 골짜기, 계곡을 의미한다,
3) 청송당터(聽松堂) : 청운동 경기상고 내 뒤뜰
조선 선비 성수침의 북악산 자락의 세 칸 짜리 서실. 소나무에 바람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세상사의 관심을 끊고 자기 수양을 도모하며 제자를 길렀다.
4) 운강대(雲江臺) : 청운동 경복고등학교 경내
남명 조식의 제자인 운강 조원의 집터. 17~18세기 장동 김씨 일가와 함께 청운 효자동 일대에 형성된 '백악사단'이란 문인들의 모임에서 송강 정철, 율곡이이, 우계 성혼 등과 함께 두터운 교분을 나누었다.
5) 백석동천(白石洞天) : 부암동 산 7번지
백석은 북악산을 뜻하고, 북악의 아름다운 산천으로 둘러쌓인, 경치와 경관이 좋은 곳으로 조선시대 별서가 있었던 곳이다.
6) 청계동천(靑溪洞天) : 부암동 306-18
인왕산자락의 경치 좋은 곳으로 도심으로 내려오는 길목은 수려한 북한산 능선도 즐길 수 있다.

<탐방순서>
백세청풍 - 백운동천 - 청송당터 - 운강대 - 백석동천 - 청계동천

= 청운초등학교 뒷 길의 "백세청풍"을 시작으로 "백운동천"의 깊은 골짜기를 즐기고, 경기상고 뒤 뜰의 "청송당 터"에서 한 호흡을 정리한 후, 경복고등학교내의 '"운강대" 각자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조금 관심을 기울이면 '겸재 정선의 집터' 와 '대은암 샘터'를 함께 볼 수 있다.
'백석동천'은 북소문인 자하문(창의문)을 빠져나가 북악산 팔각정 길을 따라 백사실계곡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다.
가는 길 창의문 맞은편에 윤동주 문학관을 잠깐 들러도 좋을 것이고, 백사실계곡의 추사김정희 별서터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추사별서터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나오면 잘알려진 '세검정'이 나오는데 이 곳은 정변 때 칼도 씻었지만, 문서의 먹물 글씨를 깨끗이 씻어내기도 한 장소 이다. 역사에 따라 칼 혹은 붓이 함께 씻겨진 것이다.
이제 남은 곳은 "청계동천"인데, 가는 도중 서울시립미술관에들러 '석파정'을 둘러보면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삼계동 三溪洞 포함)
청계동천은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현진건 집터' 쪽으로 오르다 보면 찾을 수 있는데, 아무런 표식이 없어 숨은그림 찾기 하듯 해야 한다. 특히나 여름철에는 주위의 무성한 나무나 풀들로 글씨마저 가려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해도 도로가 난 곳은 제외하고 그 주변의 언덕길이나 바람줄기로 '동천'의 느낌은 받을 수 있다.